[어쩌다임신] 마지막편 - 초산모 예정일 출산 후기
남편의 갑상선암 수술 소식과 더불어 알게된
복덩이 임신 소식!
그 대단원의 막이 찾아왔다.
D-Day, 예정일이 된 것이다.
나의 임신은 너무나 다행히도,
아예 순탄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
꽤 평범한 정도로 흘러갔던 것 같다.
임신성 당뇨 재검, 입덧이 끝난 후 엄청난 속도로 붙던 몸무게, 단백뇨 재검 정도를 위기의 순간들로 뽑아볼 수 있다.
그래도 다행히 운동 열심히 하고 식이조절하면서
임신 증상들이 심각해지지 않게 막으면서
꽤 건강한 임신 생활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다가오는 예정일을 앞두고
나는 출산휴가에 들어갔다.
38-39주차 진료때 별다른 것은 없었다.
진통이 있거나, 양수가 터지거나, 태동이 급격히 줄거나 하면 병원으로 바로 오라는 것뿐이었다.
아가는 자궁 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편하게 먹고 자고 크고 있었다.
나의 목표는 무조건 자연분만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아기 몸무게를 아무리 봐줘도
3.5kg 이하로는 제한해야 했다.
나는 1주일만에 아기 몸무게가 500g이 늘어
자연분만을 하지 못하고 결국 제왕절개를 했다는
지인 말을 듣고는 과일을 거의 먹지 않았고
밥만 딱 먹었다.
그랬더니 태아 표준 체중증가표대로
아기 무게가 1주일에 200g 정도밖에 늘지 않았다.
(39주차에는 200g도 안 늘은 눈치였다)
또다른 목표는 9월에 아가를 출산하는 것이었다.
(이건 나의 목표라기보다 남편의 세뇌였는데
아가 생일을 자기와 같은 9월로 맞춰달라는 것..!)
9.3일이 예정일이었으니 거의 예정일에 가서 아기를 낳아야했다.
그래서 순산운동을 8.30일 정도부터에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막판 3-4일은 매일 집까지 계단오르기를 2번씩 하는데
너무 힘들어서 제발 아기가 이제는 나왔으면 싶었다.
9.1일이 되고, 9.2일이 되었다.
이틀 다 별다른 신호가 없었다.
가끔 배가 아픈가? 하는 정도의 가진통만 있었다.
가슴이 쫄려왔다.
시부모님이 아가한테 이제는 나오라고 하셨다.
두 분도 많이 기다리시느라 목이 빠지실 듯 했다;;
그렇게 9.3일이 되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배가 차갑게 사르륵 아팠다.
이것은 생리통의 느낌!!
그 채로 한 30분을 누워있었다.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남편과 예능을 보면서 짐볼을 탔다.
짐볼을 타니 확실히 자궁 수축이 오는게 느껴졌다.
그래도 처음에는 엄청난 통증은 아니었다.
그냥 강도가 센 배뭉침 정도?
더 열심히 탔다.
아가에게 오늘 나오면 예쁜 이름을 주고
하루하루 지날수록 복자, 복순이.. 이런 이름을 줄거라고 협박했다;;
한편으로는 진짜 나올까봐 무섭긴 하지만 낳아버리자! 하는 마음으로 개구리 자세를 열심히 취했다.
운동을 한가지를 하면 바로 배에 신호가 오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리고 신호에 통증이 추가됐다.
그 통증이란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의 그 배아픔!
몇 번의 배아픔을 보내고 화장실도 다녀왔다 ㅋㅋ
화장실을 다녀오니 왠지 배가 괜찮아진 느낌?이라
다시 짐볼을 신나게 탔는데 다시 배가 아팠다!!
그렇게 기다리던 진통인가??
남편과 춤을 췄다 ㅋㅋ
남편은 내가 먹고 싶어했던 스콘을 해주겠다고 했다.

남편표 스콘_230903
커피가 아닌 우유랑 먹었는데 존맛탱이었다.
점심 준비를 할때 즈음부터는 신호가 계속 왔다갔다 해서
진통 어플을 다운받았다.
진통이 맞는 것 같아 시부모님께 말씀을 드리니 빨리 병원 갈 준비를 하자고 하셨다.
나는 아직 진통 주기가 기니 점심을 먹고 씻고 가면 된다고 했다.
어머님은 누룽지백숙을 해주겠다고 하셨다.
본인 시어머니도 출산 전 생일상을 차려주셨었는데 그걸 먹고 내 남편을 낳으러 가신게 항상 기억에 나신다며 ㅎㅎ

어머님표 누룽지 백숙_230903
배 아파하며 먹었는데 진짜 맛있었다.
밥 먹으면서 진통 주기가 30분 정도로 줄어든 것 같았다.
점심을 먹고는 이제 씻고 병원 갈 준비를 했다.
씻는데 진통이 한 번 왔다.
다행히 진통이 왔다가 빠르면 10초만에 가고는 했다.
고통을 잘 참는 나로서는 이 정도면 괜찮은데? 싶었다.
확실히 진통 주기가 짧아져 가는 걸 느꼈지만
아직 출산이 임박한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병원까지 그래도 거리가 조금은 있었기에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머리를 대충 말리고 나오니 왠걸,
병원에 갈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
미리 싸둔 출산가방에다가 어머님이 추가로 이것저것 봉투에 담아놓으셨다.
역시 손빠른 김가네 식구들..ㅎㅎ
당사자인 내가 제일 여유로웠다.
그렇게 일사천리로 병원에 2시쯤 도착했다.
진통주기는 7-8분 정도였다.
병원에서는 양수도 안 터진 나를 보고는
그다지 급하지 않은 눈치였다.
나도 좀 일찍 온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으니
이해했다.
내진을 하고 진통검사를 30분 했다.
자궁문이 2-3센치는 열렸지만
아직 진통이 간격이 짧거나 규칙적이지 않아서 결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다시 집에 갈지 입원을 할지.
나는 입원을 하기로 했다.
짐도 이미 바리바리 다 싸왔는걸..!!
2시 30분
입원 결정을 하니 바로 관장 및 링거 꽂기가 이어졌다.
살면서 첨 해보는 관장..
5분 참기가 그렇게 힘이 들더라..
링거 맞는 것도 처음 해봤다!!
이제 애 낳을 때까지 물 포함 금식이랬다. 흑 ㅠ
아기 심음을 듣는 장치까지 하고 자리에 누웠다.
남편이랑 예능을 마저 보는데
병원이라 그런지 마음이 편하고
남편과 함께 토론을 하며 예능을 보는건 재밌었다.
그래서인지 진통이 오히려 줄었다.
3시 반쯤 의사가 와서 오늘 못 낳을 수도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하며 촉진제를 맞아볼까요? 했다.
아직 진통이 제대로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촉진제는 6시까지만 맞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거 맞고도 신호가 오지 않울 수도 있다고 했다.
자연주의 자연분만을 추구하는 우리 부부는
자연 진통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다만 좀 일어나서 운동을 하겠노라 했다.
그렇게 3시반쯤부터 예능을 보며
와이드 스쿼트를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와이드 스쿼트를 몇 번 하니 바로 다시 진통이 왔다.
진통을 한 차례 보내고 다시 와이드 스쿼트를 하고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진통이 너무 세서 와이드 스쿼트를 더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간호사가 내진을 했고 5cm가 열렸다며
무통주사를 맞자고 했다.
이때가 4시-4시 반쯤이었으려나?
진진통이 시동에 걸림과 동시에 나는 무통 천국에 들어섰다!
무통을 맞으면 일어서는 것은 위험하므로
나는 다시 누웠다.
누워서 남편이랑 자연주의 촉진제(가슴마사지=옥시토신)를 분비시키며 진행이 빨리 되기를 기다렸다.
무통주사 하나는 2시간 지속된다.
남편은 내가 평온할때 본인 짐도 챙길 겸 잠시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나는 즐겁게 시언니랑 카톡을 하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근데 6시 반쯤 되니 약발이 떨어져 가는게 느껴졌고..
나는 위기상황임을 직감했다.
병원 주변에서 런닝을 하고 있던 남편을 호출하고,
내진을 받았다.
7-8cm 오픈
배가 너무 아파서 참을 수가 없었다.
시언니가 무통 또 놔주는지 물어보라 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봤다.
간호사가 약 반 개를 더 가지고 돌아왔다.
할렐루야..!!!
6시 40-50분경
약효가 다시 도는게 느껴졌고 통증이 꽤 경감됐다.
약이 아니었다면 얼마나 센 통증이었을지..
처음에 무통주사 희망여부에 체크를 안 했던 내가
참 세상물정을 몰랐구나 싶었다.
8cm에서 9cm까지 열렸다.
간호사는 골반도 좋고 진행속도가 빠르다며 칭찬을 해줬다.
7시 30분
본격 분만에 들어갈 준비가 시작되었다.
약 반 개면 지속시간이 1시간일 것 같은데ㅠㅠ
무조건 8시가 되기 전에 낳아야 할 것 같았다.
의사는 왜 안 오나ㅠㅠ
일요일이라 당직 의사 한 명밖에 없어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의사는 응급 수술 중이라고 했다ㅠㅠ!!!!
간호사 분들이 하라는대로 진통이 올 때 숨 참고 힘을 줬다.
아기가 내려오면 똥꼬에 낀 느낌이 들거라고 했다.
짧게 힘을 빡 주는 게 아니라
힘을 지긋이 길게 줘서 아기를 밀어줘야 한다는걸 알았다.
간호사분들이 잘하고 있다고 칭찬도 해주셨다.
그렇게 몇 번을 했더니
폐가 터질 것 같았고
아기가 똥꼬에 낀 느낌이 들었다!!!!!
의사가 들어왔고
요령이 생긴대로 마지막이기를 희망하며
힘을 두 번 더 주니 아기 머리가 나왔다.
힘을 한 번 더 살짝 주니 아기 몸이 나왔다.
8시 4분
아가 울음소리가 바로 났다.
나도 눈물이 사방으로 왈칵 쏟아졌다.
그렇게 우리 아가천사 복덩이를 처음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