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부모님과 같이 산다.
이 말을 하면 다들 놀라곤 한다.
특히 나의 전 과장님은 시부모님과 어떻게 같이 살 수 있는지, 어떻게 그런 시부모님을 만날 수 있었는지 놀라곤 했다.
솔직히 나도 내가 시부모님과 함께 살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당연히 결혼하면 따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었고,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나는 결혼을 하자마자 나는 해외로 발령을 받아 남편과 생이별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신혼집을 구하고 할 것도 없었다.
우리는 혼인신고만 하고 살림은 합치지 않은채 롱디를 하며 그냥 각자 살았던 것이다.
나는 해외에서, 남편은 원래 살던 부모님 집에서
고맙게도 내 남편 덕분에 힘들었던 롱디 시간들을 잘 견뎌내고
2년만에 진정한 신혼을 맞이하게 되었다.
근데 또 내가 한국으로 이사를 하느라 미리 신혼집은 구하지 못(?)했고 ㅎㅎ
잠깐만이라고 생각하고 시부모님댁에 남편이 지내고 있던 방에 몸만 들어오게 되었다.
내가 들어오기 전에 어머님 아버님이 선물이라고 남편 방에 침대를 큰 것으로 바꿔주시기는 했다.
그래도 처음에는 한국에 와서 신혼집을 같이 보러 다닐 생각이었다.
침대야 가지고 나가면 되니까 ㅎㅎ
근데 막상 돌아오니 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바빴다.
인사도 채 드리지 못하고 갔던 친척분들께 인사도 드리고,
할머님, 할아버님 산소에도 들르고,
그 외 개인적으로도 건강검진이며 회사 적응이며 할 게 많았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 2~3달이 훅 지나버렸다.
그 2~3달동안 시부모님과 함께 놀러다니며 추억도 많이 쌓고
우리는 서로에게 적응을 했다.
시부모님도 며느리와 함께 사는 것에,
며느리인 나도 시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에 ㅎㅎ
남편도 부모님과 아내 사이에서 적절히 행동하는 법에 적응을 했을거다 ㅎㅎ
아기가 생기면서 따로 나가서 살아야 하나 하는 고민을 잠깐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어머님도 울고 나도 울었다. (ㅎㅎ;;;)
그래서 일단은 계속 같이 지내는 걸로 결정이 되었다.
현재로서는 여건만 되면 시부모님과 같이 살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처음에는 일시적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시부모님과 같이 사는 걸 직접 결정할 정도로 참 좋은데
이건 서로가 노력을 많이 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시부모님 자랑을 조금 해보자면
우선 우리 시부모님은 에너지가 넘치신다.
우리(또는 나)에게 집안일을 다 맡기고 손놓고 계시지도 않고,
집안일을 같이 빨리 해서 끝내버리자는 생각이신데,
본인들이 원래 하던 집안일 중 같이 하기가 애매한 것들은 그냥 본인들이 후딱 해버리신다.
아버님이 아침도 차려주시고 청소도 해주시고 ㅠㅠ
어머님이 화장실 청소도 해주신다. ㅠㅠ
(아가 낳고 몸 회복하면 화장실 청소는 진짜로 내가 해야징..! 허허)
솔직히 나는 집안일을 거들뿐인데도 예뻐해주시고
내가 서투르게 하는 집안일(요리 같은 것)은 본인들이 해오던 방식을 가르쳐주신다.
그리고 두 분은 안정적이신 가운데 항상 활기가 넘치신다.
아버님은 자전거 타기 / 어머님은 중국드라마 보기 등 각자 취미생활도 잘 즐기시고
건강을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하신다.
또 우리 시부모님은 민주적이시다.
달리 말하면 꼰대가 아니시다.
나랑 내 남편이 새로운 음식, 새로운 어플, 새로운 소일거리 등등을 소개시켜 드리면
서툴러도 시도해보신다.
본인들이 익숙하고 좋아하는 것들이 있으시면서도 새로운 것들에 열린 마음을 가지고 계시는데
나는 아직 30대밖에 안 됐지만 이게 얼마나 쉽지 않은 일임을 안다.
환갑의 나이에도 여전히 로망이 있고 일에 대한 열정이 있고
끊임없이 공부하시는 모습은 정말 멋지다.
우리 시부모님은 우리가 얹혀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ㅎㅎ
성인으로 존중하고 배려해주신다.
우리 시부모님을 만나고 왜 내 남편이나 시언니가 그렇게 자기주도적이고 당당한지 알게 되었다.
별 것 아닌 말을 하는데도 정말 귀담아 경청해주시고 들어주신다.
본인들의 생각도 말씀하시지만 강요하지 않으신다.
나는 내 의견을 이렇게 누가 들어준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우리 시부모님 덕분에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좀 더 스스로 알아보고 생각해보고 의견을 가지려고 하게 되는 것이 있더라.
애기를 낳기 전이지만 우리가 준비하는대로 내버려두시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시려는 우리 시부모님, 멋지다.
무엇보다도 우리 시부모님은 나를 사랑해주신다.
물론 우리 시부모님은 내 남편이 어떤 사람을 데려왔든
내 남편이 데려온 사람이면 사랑해주셨을 분들이다.
우리 시매부님도 엄청 아끼고 사랑해주시는 분들이시다.
본인 자식들 아끼듯이 남의 자식들도 예뻐해주시는 분들인데
정말 감사하다.
지금 한국에 있는 많은 부모들이 하지 못하고 있는 바로 그것
- 남의 자식을 내 자식처럼 사랑해주기 -
정말 참 어른으로 느껴져 본받고 싶은 지점이다.
내가 이런 걸 적어놓는 건 사실 나도 저런 어른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ㅎㅎ
솔직히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남편이 저런 부모님을 보고 자랐으니까
둘이 같이 상의하면서 하면 바르게 갈 수 있지 않을까?
아 그리고 나의 최대의 로망 중에 하나가
나이 들어서도 부부가 손 잡고 걸어다니는 것인데
우리 시부모님이 딱 그렇다!
너무 좋아보이신당~~
우리 어머님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많이 배우고 있다 ㅎㅎㅎㅎ
오늘은 복덩님 탄생을 불과 며칠 놔두고
시부모님께 소중한 선물을 받아 감동이 폭발한 나머지
간만에 시댁자랑을 해보았다.
나는 행복한 며느리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산후조리원] 3일차 (0) | 2023.09.09 |
|---|---|
| [산후조리원] 2일차 (0) | 2023.09.09 |
| [신혼일기] 땅을 보며 살 수 있게 해주는 남자 (1) | 2023.08.06 |
| [아가를 기다리며] 버킷리스트 지우기 - 모란시장 방문 후기 (1) | 2023.07.29 |
| [광화문맛집] 광화문고기집 방문 후기! (1) | 2023.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