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신혼일기] 짠맛 부부

최근 소위 돈쭐남이라는 김경필 머니트레이너의 유튜브를 몇 개 보게됐다.
역시 방송하시는 분이라 그런지 말재주가 장난 아니셨다.
돈을 모으고, 저축하라고 사람들을 “혼내는” 스타일이셨는데 꽤 웃기셔서 기분 나쁘지 않게 잘 혼내시더라.
저축을 방해하는 오적(5개의 적)을 설명하면서 그 중 가장 큰 적은 목표가 없는 저축이라고 하던데 그 이유는 목표가 없이 모아버리면 모은 후에 자산 형성에 도움이 안 되는 방식으로 써버릴 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름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나랑 우리 남편도 아직 경제적 여유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게 많지만 그래도 우리는 우리 피셜 대표적인 짠돌이 짠순이 부부다.ㅋㅋ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실속을 더 중요시하는 편이고, 심지어 SNS를 할 때도 거품이 별로 없다.
어제는 두 달만에 치킨을 먹었는데 그간 우리가 모아둔 쿠폰들로 먹었다~


너무 짜서 그런지 집밥보다 맛이 없게 느껴졌지만 우리 노력을 통해 공짜로 먹은 거라 그런지 별로 마음이 쓰라리지 않았다. (열심히 만보 걷고 받은 쿠폰으로 먹은 것 ㅎㅎ)

나는 직장이 광화문인데 요즘 광화문 점심 가격은 너무 올라서 점심을 먹을 때마다 마음이 쓰라릴 때가 많다.
맛도 별로 없고, 양도 너무 적은데 그런 음식에 13,000-14,000원이나 써야 하기 때문이다.
다 먹었는데 배가 안 차면 더 화가 난다 ㅎㅎ (광화문 근처 이탈리안을 그래서 안 감)
그래서 나는 수수한 집밥 맛인데 양껏 먹을 수 있는 구내식당 팬이다!!

나는 내 식판을 탐욕의 식판이라 부른다. 위 사진은 양호한 편 ㅋㅋ 남편도 이건 끼니를 때우는 게 아니라며-_- 가격은 5천원이다.

남편은 맨날 비빔밥만 먹는다. 비빔밥이 외식할 수 있는 음식 중에 가장 다이어트 친화적일 뿐만 아니라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기 때문이다.

비빔밥도 꽤 올라서 이제는 7,500원 한다고 했다.

얼마 전부터는 양이 부족했는지 반찬으로 나오는 단무지를 한 통씩 같이 먹기 시작했는데 뭔가 이건 좀 짠했다. (남편은 밥 대신 깍두기나 단무지를 먹는 습성이 있긴 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우리는 먹는 것에서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짠내를 폴폴 풍기는데 가끔씩 사람들이랑 얘기하다보면 내가 참 별나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핸드폰 하나도 제대로 안 들어가는 800만원짜리 백을 살지 말지 고민 중이라는 직장 후배, 2주에 1,000만원짜리 산후조리원이 좋은 점이 있다는 친구, 모조 다이아몬드로 프로포즈를 받아 프로포즈를 다시 하게 시켰다는 대학 선배 등등..
나는 왠지 저들이 정상 같고 내가 비정상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는 비정상을 특별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불안하다거나 신경이 쓰이는 건 아니지만 사람들이 참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나의 이 비정상적인 생각을 정상처럼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 바로 내 남편이다.
남편이랑은 경제 관념이 정말 잘 맞는 것 같다 ㅎㅎ
물론 세부적으로는 다른 측면도 있긴 하지만 큰 틀에서는 비슷해서 남편이랑 같이 있으면 너무 편하다. 마음껏 짠내를 폴폴 풍길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둘이 있으면 짠내가 배가 됨 ㅋㅋㅋ
근데 같이 하면 만보 걷기도 귀찮은 숙제보다는 챌린지가 되고 인생의 작은 활력소가 된다.
아마 우리 아기도 곧 우리의 이런 생활에 동참하게 될 것 같은데, 같이 하는 모든 일들을 재미난 도전들로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일 것 같다.

우리는 시간이 갈수록 더 괴짜 가족이 될 것 같다.
앞으로 구할 우리 집 인테리어로 지금 구상하고 있는 게 있는데 개인적으로 너무너무 기대가 된다.
나의 이 괴상한 여정에 동참해준 남편과,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지만 한동안은 함께 하게 될 우리 아이들이 새삼 참 소중하다. 잘 해줘야지 ㅎㅎ